최종 목표(Goal)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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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스페인 세비야에 위치한 어린이 자선 활동 단체를 방문하던 중, 나는 축구 경기 규칙에 포함되었으면 하는 새로운 룰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다. 

경기 중 레드 카드와 옐로 카드는 익히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에게 ‘그린 카드’라는 룰을 소개해 주었다.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린 카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넘어진 선수를 도와주는 선수에게 그린 카드를 건네주었는데, 이는 연대를 행동으로 보여준 선수에게 주어지는 가산점으로, 경기 중 유일하게 선수들이 받고 싶어 하는 카드였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아이들의 공감 능력을 북돋아주는 아주 멋진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풋볼 마스 (Fútbol Más)는 축구를 도구 삼아 교육과 소통의 창을 만들어가는 단체인데, 이번에는 현대자동차와 커먼 골 (Common Goal)의 도움을 통해 방문할 수 있었다. 최근 나는 현대자동차가 진행하는 세기의 골 (Goal of the Century) 캠페인의 일환으로 팀 센츄리(Team Century)의 앰버서더 중 한 멤버가 되었다. 지속 가능하고 하나 된 세상을 만드는 것. 그 최종 목표 (Goal)를 향해 현대자동차가 나아가는 여정을 함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축구 선수로서 이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축구가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는 스포츠로서,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사람들이 다름을 뛰어넘고 서로에게 배우고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돕는다. 기후 변화나 난민 위기 등,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맞서기 위해 꼭 필요한 올바른 교육과 연대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사실 나는 작은 친절의 손길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의 산증인이다. 

12살이 되던 해, 난민의 신분으로 덴마크에 온 그날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때 나는 나를 천국으로 보낼지 지옥으로 보낼지 결정할 수 있는 경찰 아저씨 한 분을 만났다. 

그분이 친절을 베푼다면 나는 덴마크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지만, 

그분이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면 나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도시 카불로 돌려보내지는 것이었다. 

나는 절박했다. 조금의 도움만으로도 나와 그나마 남은 나의 가족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었다. 덴마크 경찰서에 도착하기 몇 달 전, 아프간 군대의 장교이셨던 아버지를 살해한 탈레반 세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아프가니스탄에 남는다면 우리도 결코 무사할 수 없었기에. 그렇게 어머니와 우리 다섯 자매는 고향을 떠나 어쩔 수 없이 전 세계 인구 중 2,500만 명 이상이 속하는 단체에 함께하게 되었다. 난민이 된 것이다. 

Nadia Nadim | Louisville FC | The Ultimate Goal | The Players’ Tribune
Courtesy Nadia Nadim

직접 겪어보지 않는다면 집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무서운 일인지 모를 것이다. 어머니는 전 재산을 파셨고, 그날 밤 우리는 이름 모를 승합차를 타고 파키스탄으로 이동했다. 아무도 차를 멈춰 세우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겨우 카라치에 도착해 브로커에게서 위조 여권을 건네 받고 밀란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유럽에 도착했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이탈리아에서 우리는 썩어빠진 아파트 지하에서 잠을 설쳐야 했다. 며칠 후, 우리는 항공 점퍼를 입은 남성 두 명이 모는 트럭에 올라 알 수 없는 곳으로 실려갔다. 화장실이 없었기에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못한 채, 몇 날 며칠을 암흑 속에서 보내야 했다. 

상상할 수 있는가? 집을 잃어버리고 어디로 떠나는지도 모른 채 어둠 속에서 앉아있는 어린아이를? 우리는 여정 내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배가 고팠고, 피곤했고, 두려웠을 뿐이었다. 

어느 날, 트럭이 마침내 멈춰 섰다. 운전자는 “내려! 내려!”라고 크게 소리친 뒤 도망쳤다. 우리는 도착지의 정체를 알아내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얼마 뒤 강아지를 산책 시키고 있는 한 남성을 마주할 수 있었다. “여기가 어딘가요?” 어머니가 물었다.  

그는 말했다. “음…라네르스인데요.”

덴마크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덴마크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도움이 필요했다. 

겨우 찾아 들어간 경찰서에서 바로 그 경찰 아저씨를 만났다. 우리에게 어떤 권리가 남아있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가 변호사와 함께 트럭에서 내린 게 아니었으니. 혹 그가 우리를 감옥에 가둔다면? 우리를 카불로 돌려보낸다면? 우리는 그 누구도 덴마크어나 영어를 할 줄 몰랐기에, 경찰 아저씨의 설명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어머니가 건넨 서류들을 검토하며 무언가를 메모하는 경찰 아저씨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기다리기를 한참. 경찰 아저씨는 다시 돌아와 물었다. 

“배고프시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우리는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봤다. 뭐라고 말한 거지?

그러자 그는 자신의 배를 문지르는 시늉을 하며 다시 물었다. “배?? 고파요??”

우리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배고파요!!”

그는 우리를 경찰차에 태워 근처 매점으로 데려가 우유와 토스트, 그리고 바나나를 사주었다. 나는 운 좋게도 살면서 맛있는 요리를 종종 맛보았지만, 그날의 음식은 여전히 내가 먹어본 최고의 식사이다. 

그의 작은 제스처 하나에서 우리는 따뜻한 환대를 느꼈다. 그에게 우리는 수많은 난민 가족들 중 하나도, 새로운 골칫덩어리도 아니었다. 

그는 우리를 인간 대 인간으로 맞이해 준 것이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그때로 돌아가 그에게 그린 카드를 건네고 싶다.

축구를 비유해 말해보자면, 우리는 같은 팀에 소속되어 있다. 좋든 싫든 우리는 지구라는 한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과연 함께 뛰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이다.

Nadia Nadim

나는 종종 그 경찰 아저씨를 떠올리곤 한다. 세상에는 그와 같은 사람들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오백만 명의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도망쳤다. 아프리카, 남미, 및 중동 지역에서는 전쟁과 빈곤과 기후변화로 인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난민 신청을 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추세와 통계가 아니다. 숫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은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그저 정치인이나 자원봉사자에게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반드시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 나아가야만 하는 전지구적 과제이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태도에 관한 것이고, 존중과 공감에 대한 것이다.  



축구를 비유해 말해보자면, 우리는 같은 팀에 소속되어 있다. 좋든 싫든 우리는 지구라는 한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과연 함께 뛰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이다. 

나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축구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경찰 아저씨와의 만남 후, 우리 가족은 난민 캠프로 이동했다. 정부가 제발 우리를 다시 돌려보내지 않기를 기도하고 희망하면서. 캠프에 있던 난민 가족들 중 소말리아, 콩고, 이라크, 아르메니아, 러시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다시 그곳으로 강제 송환되는 장면을 종종 목격했다. 몇몇은 울었고, 몇몇은 싸웠고, 몇몇은 탈출을 시도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목숨을 걸고 지옥을 도망쳐 왔는데, 다시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을 테니까. 

다행히 우리 가족은 여건이 좋은 난민캠프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몇 달 동안 우리는 체류허가 결과를 기다렸다. 그 긴 기다림의 시간 동안 나를 위로해 줬던 것은 다름 아닌 축구였다. 아이들은 캠프에 위치한 언어학교를 다녔는데, 방과 후 우리는 울퉁불퉁한 잔디 위에서 숨바꼭질을 하거나 공을 차며 놀았다. 세워진 두 골대는 오래되어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그곳에서 축구와 사랑에 빠졌다. 

놀라운 사실은, 그런 게임들을 통해 나는 그곳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다른 곳에서 왔고, 다른 생김새를 지녔고, 다른 언어를 구사했지만, 공을 차는 순간만큼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눈길과 윙크만으로 어디로 뛰어야 할지 알 수 있었고, 손가락 가리킴만으로 내가 공을 어디에 패스할지 표현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가 길을 잃고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축구는 우리의 걱정을 말끔히 잊게 해주었다. 축구는 우리가 사랑하는 놀이를 넘어 우리의 언어가 된 것이다.

그 하루 몇 시간 동안만큼은 마음껏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운동장 밖에서도 우리는 다른 가족들과 점차 가까워졌다. 막사와 비슷한 곳에서 생활했던 우리는 각각의 방을 쓰되 공용 부엌을 사용했다. 각국의 언어는 달랐지만 놀랍게도 어머니는 다른 가족들과 소통할 방법을 찾으셨다. 한 가족이 체류허가를 받을 때마다, 캠프에 사는 모든 가족들이 모여 부엌에서 큰 잔치를 열곤 했다.  

우리 가족은 그곳에서 7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언제든지 돌아가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짓눌렀지만, 그곳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 팀원들의 격려 덕분에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어느 날, 우리 차례가 되었다. 정부에서 체류 결정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우리의 안전, 우리의 행복, 우리의 삶의 모든 것이 그 편지 한 장에 달려있었다. 진실의 순간에 다다른 것이었다. 

어머니는 편지를 열어 보셨고, 

우리는 남을 수 있게 되었다. 거짓말처럼, 우리는 이제 안전했다. 

드디어 완전히 지옥을 떠나 천국에 머무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때 이후, 나는 프로 축구 선수로 활동하며 사람들을 이어주는 축구의 힘을 수도 없이 체험했다. 덴마크,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선수로 뛰며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축구로 인해 하나가 되는 것을 목격해왔다. 축구를 통해 형성된 마법 같은 연대는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 나아갈 힘이 있다. 난민 위기 같은 커다란 도전에도 그 힘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축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일 것이다. 그렇다면 축구는 벌써 세계 공통언어인 것이 아닐까. 

Nadia Nadim | Louisville FC | The Ultimate Goal | The Players’ Tribune
Catherine Ivill/UEFA via Getty Images

축구는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의 방법으로도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아이들에게 혼자서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역사상 11명의 개인이 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개인이 누구이고 무엇을 대표하던, 하나의 팀이 되어 힘을 합쳐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지난달 우리는 워싱턴 스피릿(Washington Spirit)을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우리는 2-0으로 지고 있다가, 몇 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2-1 골을 거두었고, 동점골을 노리고 있는 상태였다. 미드필더 에밀리 폭스 선수가 오른쪽에서 공을 잡았다. 그녀는 혼자 수비를 뚫을 수도 있었지만, 왼쪽에 위치한 제시카 맥도날드 선수 쪽 공간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공을 패스하는 플레이를 했다. 이 우아한 패스 덕분에 제시카는 여유롭게 공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골대를 향해 뛰었고,

제시카의 시선이 나를 찾았다. 

내 앞은 열려 있었다. 

그녀는 크로스를 올렸고, 공은 띄워져 나의 머리에 닿았다. 

결과는 2-2. 

골!

그 순간의 희열은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다. 그저 동점골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훈련 내내 연습했듯 팀이 하나로 움직여 만들어 낸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미친 듯이 노력해 만들어낸 결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며, 팀의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역할을 다했다고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축구의 본질인 것이었다. 

어쩌면,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Goal of the Century | FIFA World Cup 2022™ – Hyundai World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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